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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gest risk is not taking any risk… In a world that changing really quickly, the only strategy that is guaranteed to fail is not taking risks. — Mark Zucker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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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MS의 데이터 과학자로서 검색 모델을 만들고 평가하는 일을 시작한지 약 5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팀과 일하면서 여러 검색 및 평가 지표를 개발하였고, 그 과정에서 검색을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다. 연구자에게 MS는 특히 거의 이상적인 직장이다. 엄청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연구자들, 출퇴근 시간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까지 말이다. 아마 평생 MS에서 좋은 경력을 쌓는다고 해도 괜챃은 삶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MS에 근무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실감했다. 전통적인 웹 검색이 모바일 검색에 추월당한 것이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모바일 검색도 음성 비서 등에 조만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대부분의 기계학습 연구자들이 앙상블(ensemble) 러닝에 열광하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대학생들도 딥러닝을 공부하는 시대가 되었다. 데이터 과학계의 뉴스가 공유되는 Datatau에는 거의 매일 새로운 시각화, 기계학습, 데이터 처리 도구가 올라온다.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약 10년간 배우고 일했으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을 누구보다도 즐긴다고 자부하는 필자에게도 이는 현기증이 날만한 속도다. 그 동안 공부를 멈추지 않기 위해 매년 꾸준히 논문을 쓰고, 작년에는 책까지 출간했지만 이런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느꼈다.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서 이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좀더 작고 기민한 조직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직에 속한 개인의 발전 속도는 그 조직의 민첩성에 제한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필자에게 찾아온 것이 전통적인 ‘연구’에 대한 회의다. 필자는 검색 모델 및 평가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MS에 와서도 꾸준히 논문을 써 왔다. 이공계의 박사 과정은 자신이 택한 분야의 최신 지식과 기술(state-of-the-art)을 습득하고 나아가 이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필자는 여기에 도전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학위를 받고 약 5년간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과연 필자가 선택한 연구자로서의 진로가 스스로의 미래에 최선의 길인지에 대해 최근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해의 소지를 막기위해 밝히자면 필자는 여전히 연구를 좋아한다. 필자가 의구심을 갖는 것은 ‘학술적인(academic)’ 연구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주요 저널이나 컨퍼런스에 게시하기 위한 논문을 쓰는 것이 실제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있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고민이다. 연구 논문을 쓰는 일은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며, 그 결과가 컨퍼런스 등에 발표되어 세상의 빛을 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세계의 큰 영향을 주는 훌륭한 연구자와 논문이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물며, 이는 환경과 노력 그리고 운이 모두 결합되야 가능한 일이다.

논문이 아니라도 최근에는 블로그, GitHub 페이지, SNS 등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전달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컨퍼런스 역시 학술 컨퍼런스 이외에 OSCon이나 Strata와 같은 산업계 컨퍼런스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학계에 있어야 했지만 점차 그런 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언론사의 기자가 되어야 뉴스를 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글을 써서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이런 소위 ‘연구의 민주화’라는 추세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다.

MS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필자는 계속 논문을 쓸 수 있고 학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가를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전통적인 연구자의 길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이보다는 어떤 형태가 되었던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접하고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제도와 형식의 구속을 벗어 던질수록 연구자로서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필자는 최근 스냅(Snap Inc.)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스냅은 미국 및 유럽의 젋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SNS 서비스인 스냅챗(Snapchat)으로 잘 알려진 회사로, 최근에는 사진 및 동영상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스팩타클(Spectacle)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창업 42년이 지난 MS가 중년의 회사라면 스냅은 이제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려고 하는 어린 회사다. 또한 스냅챗은 사진 및 비디오 중심의 SNS 서비스니, 필자가 주로 해오던 웹 문서 중심의 검색과는 상당히 다른 영역이다.

스냅은 독특한 제품과 기업 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냅챗은 카메라가 초기 화면에 나오는 인터페이스, 받자마자 지워지는 메시지, 이벤트에 관련된 사진과 비디오를 시간순으로 묶어서 보여주는 스토리 등 개성있는 디가인과 기능으로 미국과 유럽 10-20대를 중심으로 한 두터운 이용층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에는 카메라가 달린 선글라스인 스펙타클을 런치하고, 이를 옮겨다니는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테크 회사가 실리콘벨리를 거점으로 하고 있지만, 스냅은 LA의 베니스(Venice) 해변가에 오피스가 있다는 점도 다르다.

새로운 회사에서 만만치 않은 도전이 예상되지만 이는 역으로 보면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MS에 있을때보다 업무야 더 바빠지겠지만 한창 성장하는 젊은 스타트업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고, 이에 기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경험이다. 웹이 아닌 채팅 로그,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를 만져보는 것도 데이터 과학자로서의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문서가 아닌 사진이나 비디오를 검색하거나 추천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도 흥미있어 보인다. 정든 시애틀을 떠나는 것도 아쉽지만 LA에서의 생활도 기대가 된다.

서두에서 인용한 마크 저커버그의 말처럼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제 변화의 파도에 올라 탔으니 물결에 몸을 맡기고 어디든 가야 할 것이다. 그 목적지가 어딘지는 아직 모르지만, 결말이 뻔한 영화처럼 시시한 것도 또 없지 않은가.

p.s. Snapchat은 여기서 다운받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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